이제 커피 못 마신다

2022. 8. 1. 18:12일기

내 몸이 망가져가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난다.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누울 때마다 허리가 아프고, 며칠전에 의자에 발을 살짝 찧었는데 그 부위의 감각이 아직 둔하고 걸을 때 조금 불편하다. 어제 새벽에 또 갑자기 몰려온 우울감과 공허함 같은 것에 허우적대다가 오늘은 허리 스트레칭이라도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침대에서 바로 일어났다.

호기롭게 아침부터 블루투스 스피커 충전기 부셨음. 아 기분좋다! 이제 스피커 못 쓴다! 좋다!

스트레칭했는데 온몸이 뻐근하고 관절이 굳은 느낌이 들며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가 않습니다. 게다가...이날은 처음 겪어보는 질환 때문에 아프고 불편해서 밤새 잠을 뒤척였다. 신체적인 통증도 고통인데 더 나를 힘들게 한건 언제나 내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생각들의 싸움이었지. 부모님에게 뭐라고 말하지 싶고, 내일 처음 가보는 병원에 가야한다는 두려움, 내 행동들에 대한 후회, 무지했던 우리에게 드는 원망 같은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에 휩싸였다. 그러다보니 내 몸도 싫고 이 집도 싫고 전부 끔찍하게 느껴져서 한시간 동안 울었다. 토요일에 통영여행 가기로 했는데 결국 버스표도 취소했다. 당장 오늘은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 양해를 구하고 조금 늦게 만나기로 했다. 밤에는 이 집 말고 본가로 가서 주말동안 아무 생각 없이 푹 쉬어야겠다. 재발 위험이 높다던데 운좋게 비껴가길 바랄 수 밖에 없겠지.

친구가 생일선물로 보내준 복숭아 덕분에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낮에 병원 다녀왔는데 분위기와 주요 환자의 성별 및 연령층과 대비된 내가 앉아있으니 왠지 사람들이 힐끗 쳐다보는것 같기도 하고.. 결국 의사선생님 문진에 솔직히 대답도 못 하고 얼버무렸다. 그게 잘못도 아닌데 왜 그랬지… 어디 나가서 놀 기분도 아니고 체력도 아니었지만 친구와의 약속을 취소하기가 미안해서 지하철을 탔다. 반나절 간의 일이 또다시 생각나면서 결국 지하철에서 또 울었다. 마스크 안으로 눈물이 막 쌓이는 이 울보찌질이멍청..

기분전환을 위해 서점에 들렸다. 제대로 된 기분전환이라면 책을 구매했어야 겠지만 가방이 무거운 관계로… 그나저나 평일 낮인데 용산아이파크몰 사람이 왜이리 많지? 다들 일을 안 하나? 뭐하는 사람들일까 나같은 백수인가 다들

이런 상업영화 볼때는 팝콘 와그작와그작 먹으면서 멍한 눈으로 봐줘야됨. 영화는.. 해전 장면은 볼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난 이제 이런 영화 못 보겠다. 전쟁이라는 반인륜적행위에서 적진을 몰살하는 ‘우리 편’ 영웅담을 재생산하는 것이 과연 반일감정에 기반한 통쾌함, 복수 대신 어떤 영화적 효과가 있는지.. 이 사건을 다룰 때 단지 저 이유만을 목적으로 둔다면 굳이 영화일 이유가 있을지 싶다. 나는 갑판 안에서 땀을 홍수처럼 흘리면서 노 젓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한데요….. 그냥 내가 한참 꼬인듯.

식당 예약했더니 내 이름을 이렇게…. 귀엽다🌳

열흘만에 또 왔다. 여기는 똠양꿍이 진짜였어. 똠양꿍이 최고다…

집와서 삼시세끼에 간식까지 정말 잘 챙겨먹었다. 이 동네 최고맛집은 엽떡이다. 치즈 무지성으로 범벅해놓은 엽떡은 혈관 막히는 맛인데 그게 참 마음에 든단 말이지

6년쓰던 아이폰7을 보내주고 아이폰se3과 새로운 인생을 다시 시작합니다. 이제 모든 어플을 2분이상 이용할 수 있고 카메라 초점도 잘 맞고 카카오맵도 캡쳐 안 해놔도 된다! 생각해보니까 원래 폰 문제가 많았는데 쓰다보니 결함들에 익숙해졌다가 새 폰으로 바꾸니까 매우 빠르고 원활하다. 오래오래 써야지. 그나저나 새 폰인데 액정이 왜이리 노란색인 것일까? 눈 안 아프고 좋지 뭐 그래..

휴식은 이런거지. 난 집에서도 할 게 얼마나 많은데. 토마토주스 갈고 밥먹고 설거지하고 안마의자에 누워서 스르륵 잠들었다가 버터쿠키먹으면서 코난보고 이불 속에 누워서 책 좀 읽고.

베이글에 크림치즈 발라먹는건 평생 안 질릴듯. 이때 커피를 삼일만에 한 잔 마셨다. 커피를 안 마시니까 잠이 안 깨서 낮시간 내내 멍하게 있다가 결국 한 잔 마셨는데 정신이 번쩍 든다. 하루에 한 잔 정도는 그냥 마셔야지.

상냥하게 부탁하면 아이스크림이 나옵니다. 종류별로 세개씩 사오셨다. 심성은 착한 사람이야. 오빠랑 이제까지 쭉 같이 살긴 했어도 나는 오빠를 잘 모른다. 새벽에 술먹고 들어와서 방바닥에서 잠들었다가 아침에 깨서 순대국 배달시켜먹는 그런 모습만 봤지. 매우 개인적인 사생활만 알지만 정작 일반적으로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은 모른다는게 참 독특한 관계인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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