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끊는건 힘들다
원래는 어제 집에 가기로 했는데 강우로 인해 하루 더 본가에 있다 가기로 했다. 사실 나는 좀 젖어도 되는데 내 샌들이 젖는건 용납할 수 없기에 기상예보를 한참 찾아서 다음날 10-12시 사이에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집을 나왔는데 부슬비가 조금씩 내렸고... 점점 더 많이 내렸고.. 내가 비맞는건 괜찮은데 샌들이 젖는건 막아야하기에 최대한 물이 안 튀게 경보로 지하철역까지 향했다. 한시간 사십분 가량을 대중교통에서 보내는 것은 그리 쉬운일이 아니야. 집에 오니 온몸이 녹초가 되었다. 혼자 있을 때는 부담스러워서 에어컨을 조심스럽게 틀었는데 이날은 오자마자 에어컨부터 틀고 누웠다. 아침에 눈에 렌즈가 안 들어가는걸 보니 내가 조금 피곤한가 싶었는데, 역시나 눕자마자 세시간 반을 잤다. 아무것도 안 하는데 뭐이리 피곤한지. 체력이 없어서 이렇게 피곤한거겠지. 아무튼 일어나서 병원갔고 항생제 주사맞고 약도 처방받고 오는길에 토마토랑 사과도 사와서 쉬고있다. 오늘 밤에는 푹 자야겠다.
다음날 오후, 14시 14분
하루에 커피 세 잔 먹는 사람이 커피를 끊으면 나타나는 부작용이 이렇게 크다니. 어제 내내 정신이 몽롱하고 잠에서 안 깨서 평소 같았으면 커피 한 잔 마셨을텐데 그러질 못하니 졸릴 때마다 잤다. 그렇게 하루만에 세 번의 낮잠을 자버렸고, 총 합치면 여섯시간 정도 잔 것 같다. 밤에 다시 잠에 드려하는데 역시나 커피 중단 부작용인 두통때문에 미치는줄 알았다. 편두통은 왜 항상 눈이 그렇게 빠질만큼 아픈지요. 편두통 약을 먹었는데 먹자마자 속이 울렁거렸고 결국 십오분만에 화장실가서 다 토해냈다. 마지막 식사가 일곱시간 전이라 빈속까진 아니었는데 뭘 좀 먹고 약을 먹었어야 했나보다. 밖에서는 천둥번개 때문에 하늘이 번쩍거렸다가 굉음을 내는데 나는 토하고 두통때문에 방바닥을 굴러다니고.. 편두통이 있을 때는 빛에 민감해지는데 밖에서 계속 번개가 치니 그 빛을 견디기가 힘들어 이불로 눈을 가리고 자려는데, 그러면 또 더워... 에휴 아무튼 지옥같은 새벽이었다. 토하니까 속은 조금 나아졌는데 두통약은 소용이 없으니 머리가 계속 지끈거려 침대 위에서 괴로워하다 겨우 잠들었다. 일어나자마자 카페인 중독에 백기를 드는 심정으로 아메리카노를 마셨고, 아직까지는 멀쩡하고 속이 살짝 메스꺼운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