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새학기

summerinthecity 2022. 3. 1. 18:27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기 직전이다. 항상 이맘때면 들떴다. 3월과 9월이 새학기인데, 긴 겨울방학을 보내고 학년이 올라가는 3월이 진정한 '새학기'같은 느낌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터 지금까지 단 한 해도 학기제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3월은 숫자만으로 나에게 긴장을 준다. 

초등학교 새학기에는 무얼 했더라. 교보문고에는 새학기 준비라는 명목으로 모인 아이들이 북적였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친구들과 공책이나 볼펜 같은 것들을 구경했던 것 같다. 마지막 학년이 되던 새학기에는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하기도 했다. 그 친구를 바라보고 기다리던 기억들도 선명하지만, 그 중에서도 그 순간은 당장 어제 일처럼 또렷히 떠오른다. 찰나의 감정이 몇 년 간 꽤나 오래 지속된 것으로 보아 그 순간은 쉽게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기억임에 틀림없다. 중학교 때는 딱히 학기의 구분없이 생활했다. 특히 가까운 사람과 올해도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건네고 그렇게 한 학기를 시작했다. 항상 왁자지껄하고 많은 친구들 틈에서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녔다. 고등학교 새학기에는 괴로웠다. 단순한 투정이었는지 이유있는 고통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모든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맞이하는 대학교의 새학기도 올해로 세번째이다. 새학기라는 단어도 무뎌졌는지 설렘을 동반하진 않는다. 사는 곳과 생활 방식은 달라졌지만 나를 구성하는 토대는 초등학생 시절과 별 차이가 없다고 느낀다.